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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을 위한 기다림
작성자 시흥병원 조회수 2809 작성일 2022.08.24

 

두만강 푸른 물에 노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

면회 지원 근무를 하던 6월의 마지막 토요일, 면회가 한창 진행 중이던 때 로비층에 갑자기 익숙한 노래 하나가 울려 퍼졌다.

환자분의 휠체어를 잡고 마주보고 앉은 자녀들이 어르신을 향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니 어르신도 나지막하게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하셨다.

이 노래가 원래 이렇게까지 슬픈 노래였나 생각하던 그 때, 면회인원 제한으로 면회 장소로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지켜보던 자녀 한 분이

죄송하지만 휴지 좀 주시겠어요?” 하셨다.

놓여있던 휴지를 챙겨드리며 자녀분의 얼굴을 보니 혼자 조용히 울고 계셨다. 가족들이 함께 부르는 노래 한 곡으로 입원 후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했을 어르신과 자녀의 마음이 모두 느껴져 나도 모르게 괜스레 코끝이 찡해졌다. 노래를 마치고 못 다한 이야기를 마저 나누던 가족들에게 면회시간이 끝났으니 작별인사를 하시도록 안내하려니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또 올게

밥 잘 먹고 있어

서로를 향한 말들을 건네며 어르신은 병동으로 올라가셨고 자녀들은 어르신의 뒷모습을 끝까지 보고 병원을 나섰다.

 

시설에 모신 연로하신 부모님을 코로나 때문에 찾아뵙지 못하고 지낸 지 어느덧 2년이 훌쩍 넘었다. 코로나가 심각할 땐 면회자체가 전면 금지였지만 비접촉 면회가 허용되고 이어 접촉면회까지 가능해지며 직원들에겐 예전에 없던 면회지원이라는 새로운 업무가 생겼다. 여태껏 회계 관련 일만 했던 나로서는 보호자뿐만 아니라 사람을 직접 응대하는 일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면회 지원이라는 낯선 업무는 부담스럽기도 하고 조금은 두렵기도 했다. 그저 병원 직원이라는 의무감으로 면회지원업무를 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날 자녀분들이 어머님을 위해 부르기 시작한 두만강 노래를 들으며 문득 내가 저분들의 상황이라면 어땠을까?’는 생각이 들었다.

면회시간 10분이라는 그 짧은 시간이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소중하고 또 아쉽게 느껴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뿌듯한 일을 하고 있구나! 자부심을 갖고 일해야 겠다.’라고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하루빨리 가족들이 아무런 제약없이 환자를 만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시흥병원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