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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게, 장군일세!
작성자 시흥병원 조회수 2416 작성일 2022.08.24

 

병동 놀이 프로그램을 하던 어느 날,

여기는 장기판이 없어?”

하며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를 거부하며 무작정 장기판을 요청하시는 어르신이 계셨다. 장기판을 구해드릴테니 오늘은 주어진 일정대로 하자는 제안에도 장기의 유례에 대하여 줄줄줄 말씀 하시는 어르신이었다.

얼마 후, 사회복지팀에 장기판을 부탁하여 어르신께 드리자 기뻐하시며 한 판 두자고 하신다.

어머나,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어르신은 장기를 제자리에 놓을 줄도, 장기의 말들을 이동하는 방법조차 모르고 계셨다.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알까기를 가르쳐 드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치매로인한 기억 소실로 장기를 두는 방법을 잊으신 건지 안타까움이 있었다.

한참이 지난 어느 날 간병사와 장기를 두고 계시는 모습에 우린 깜짝 놀랐다.

허허허 이거 장일세!” 하시는데 진짜인가 여러 번 확인 했다.

조금씩 조금씩 이전에 장기 두었던 때를 떠올리셨는지 정확하게 말들을 움직이고 계셨다.

이후 어르신은 장기 한판 둘 동무를 찾고 계셨다.

매일 딸 이름만 우렁차게 부르며 애타게 찾는 어르신이 계신다.

옆 침상의 어르신과 내가 장기를 한판 하려고 펼치는데

그거 나랑해라고 하시는 게 아닌가!

어머 어르신 장기 두실 줄 아세요? 그럼 이 어르신과 함께 하실래요?”

그렇게 장기 배틀이 성사되었다.

삐뚤빼뚤 정확한 자리에 말들을 나열하지는 못하였지만 말들마다 이동하는 자리에 대하여 정확히 알고 계신 두 분의 장기 배틀은 보는 재미가 있었다.

이봐 이거 자네가 진거 같은데

아니 내가 먼저 장군이네하며 주거니 받거니 장군을 외치고 계신다.

이렇게 두 분이 종종 사이좋은 경쟁을 나누신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시흥병원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