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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처럼 손년처럼
작성자 시흥병원 조회수 2352 작성일 2022.08.23

 

안녕하세요. 저는 재활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8년차 물리치료사 박서영이라고 합니다. 물리치료사로서 근무를 해오면서 많은 어르신들을 뵈어왔는데 지금부터 그동안의 이야기를 짧게나마 해보려고 합니다.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 어르신들이 계신데 그중에 심한 치매로 인해 저를 손녀라고 생각하시고 소현아, 소현아부르시면서 휴지조각을 들고 이거 너 많이 가지고 용돈으로 쓰라며 주시던 할머니,

본인도 힘드시면서 젊은 사람이 고생한다며 항상 따뜻한 말로 다독여주시던 할머니,

젊은 나이에 몸이 안 좋아져 우울해하실 만도 한데 매번 밝게 인사해 주시고 열심히 운동하시던 외래 환자분,

항상 사탕이나 먹을 것을 가져와 혼자 먹으라며 살뜰히 챙겨주시던 할머니,

선생님이 최고라고 제일이라고 칭찬해 주시는 할머니. 등등

 

제 친할머니, 친할아버지 같으신 분들이 정말 많았는데 어르신들을

치료하다 보면 각자의 사연들이 있고 아픔이 있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신체적으로의 능력 향상도 중요하지만 그분들의 마음을 알고 어루만지고 공감해드리는 것도 치료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르신들의 대부분은 젊었을 적 많은 자식들을 키워내느라 본인 몸상 하는 것은 아랑곳 않고 사시다가 자식들이 다 크고 이제 노후를 보내려고 하니 몸이 성한 곳 없이 아파져 삶에 대한 회의감도 느끼시고 빨리 그냥 죽어야 되는데라는 소리를 많이 하십니다.

그럴 때마다 나의 부모, 나의 미래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어르신들께 위로의 말씀을 전하곤 하는데요. 괜스레 맘이 슬퍼져 코끝이 찡해질 때가 많습니다.

 

물론 치료하면서 참 힘든 순간도 많은데요. 힘들다가도 어르신들과 함께 웃고 대화하면서 재밌게 치료하고 하다보면 힘들었던 그 맘이 싹 사라집니다.

오히려 젊은 저에게 힘내라고 북돋아 주시고 아껴주실 때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언젠가는 헤어져야하는 날이 온다는 걸 년차가 쌓여갈수록 절실히 느끼게 되는데 그래서 어르신 한 분 한 분 대할 때마다 더욱 더 딸처럼 손녀처럼 다가가 신체뿐 아니라 마음까지 치료해드릴 수 있는 따뜻한 물리치료사가 될 수 있도록 더욱이 노력할 것입니다.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시흥병원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