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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빠가 왜이래!
작성자 시흥병원 조회수 2183 작성일 2022.08.23

 

아휴이 오빠가 나를 왜 자꾸만 귀찮게 하는지 몰라.” 라고 하시며

걷기 운동을 한사코 거부하는 어르신과 그런 어르신을 한 발짝이라도 더 걷게 하고자 하는 의욕적인 과장님이 투닥거리는 모습을 우연히 마주했다.

 

최근 들어 어르신은 수면 이외의 시간에는 휠체어를 타고 병동 복도를 수도 없이 뱅글뱅글 왔다 갔다 하시거나,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실 때도 있고, 찰지고 찰진 욕쟁이 할머니로 변신도 하고, 간호사실 테이블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회진을 돌던 과장님이 힘겹게 휠체어를 타고 있는 어르신을 발견하고

할매! 우리 걸어 볼까요?” 라고 하자

이 오빠가 왜이래~!! 나는 안 해!” 라며 어르신이 투정을 부린다.

어르신보다 나이가 ½만큼 어린 과장님에게 오빠라고 하고,

그 오빠는 이 오빠랑 같이 좀 걷자!” 하시며 어딘가 어색한 두 분의 데이트가 시작 되었다.

걷는 내내 중얼거리고 투덜거리는 아이를 달래듯 걷는 두 사람의 모습이 설레지는 않지만 내심 따뜻하게 느껴졌다고 할까!

한 바퀴를 함께 돌았으려나오늘이 옥상 햇볕 쬐기, 모종 심기 하는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과장님이 어르신을 모시고 병동에서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한참 후,

어르신 꽃구경 잘하고 오셨어요? 오늘 햇볕이 좋죠?”

하는 질문에

어떤 놈이 나를 버리고 갔어!”

하는 어르신의 한마디.

으하하하하.

나는 쓰러지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불과 1시간 전 오빠가 이 되었으니 말이다. 그 오빠한테 이

사실을 말해줘야 하나 마나 고민 중인데 영원히 모르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겠다. ㅎㅎ

두 사람은 여전히 오늘도 복도를 함께 걷고 있다. 진실을 모른 채…….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시흥병원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