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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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흥병원 | 조회수 2142 | 작성일 2022.08.23 |
주무셔야 할 시간에 저벅저벅 걸어 나오시며 자신을 여기(병원) 두었음에 화가 잔뜩 난 어르신이 난데없이 일본어로 말씀 하신다. 어렵게 중국을 거쳐 한국에 왔고 이북에서 한국에 오려면 중국어를 했어야 하고 먹고 살라면 일본어를 했어야 한다며 내게 일본어로 이름이 뭐냐고 물으신다. “중국어는 기억이 잘 안나” “근데 오랫동안 새벽엔 공부를 하고 낮엔 장사를 하며 조금씩 배운 게 일본어였어.” “그래야 돈을 벌 수 있었거든” “미아리가서 내 이름 석 자면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어.” “자식 셋을 키워서 대학까지 보내고 나는 이렇게 늙었네!” 호탈하게 웃으며 나를 왜 여기에 두는 거냐? 나는 아픈 데가 없다. 왜 멀쩡한 나를 못살게 하느냐. 하는 어르신의 진단은 치매다. 최근 아니 하루 전의 일들도 기억 하지 못하는 어르신이 일본어는 잊지 않고 유창히 하시며 피난을 와 고생하며 자신이 살아 온 인생을 기억 한다는 게 씁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생 고생하여 일구어낸 것들을 누리는 삶을 보내야 하는데 어르신의 기억은 힘든 시간에 멈추어 있었다. 이 날은 많이 억울한 날이였던거 같다. “내가 그렇게 열심히 살았어. 내가 옛날 얘기 하니까 이해를 좀 해.” “그렇게 열심히 장사하고 아이 키우고 했는데 나 왜 여기 둔거야?” 감옥살이 하는 마냥 당장이라도 도망쳐야 하는 갑갑함이 전해졌다. 설명 할 수 없지만 지금 여기가 어르신에겐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하고 싶었다. 얼마든지 그 옛날 어르신의 고된 삶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데, 유창한 일본어를 듣고 싶은데 우리의 희망사항과는 다른 어르신. 출근하여 어르신을 마주한 나는 “こんにちは(콘니치와)” 라고 인사를 한다. “일본어 할 줄 알아? 어디서 배웠어? 나도 이북에서 와서 돈 벌려고 배웠는데.” 하며 옛날 옛적 자신의 삶을 다시 되돌이표로 말씀하신다. 어제 듣던 그 이야기이지만 오늘도 생소한 듯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다. 또 묻는다. “나는 괜찮아. 나는 잘했어.” 가 일본어로 뭐냐고. 답변을 하지 못하는 어르신께 번역기를 돌려 알려드렸다. “私は大丈夫です(와타시와 다이조오부다요). “私はよくできました(와타시와 요쿠 데키마시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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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 1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