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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 한모금, 초코파이 한입
작성자 시흥병원 조회수 2125 작성일 2022.08.23

 

새벽 내내 통증으로 아팠다고 하셨다. 진통제만 줄 수 있는 상황이 싫지만 다른 방법은 찾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곡기를 끊고 이제는 떠날 거라는 말에 나는 모질게 말한다.

곡기 끊는다고 죽지 않는다. 에너지도 있어야 저승 가시는 길이 쉽다.”라고.

보통 환자들의 식사 보조가 크게 어렵지 않다.

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더 먹여 보려는 자세로 어르고 달래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절반의 식사를 마치고 있음은 경험에서 나온다.

그런데 통하지 않았다.

싫다고 소리를 지르신다.

평생 벌어서 자식들 좋은 일만 시키고 자신을 찾지도 않고 전화 한통 없는 게 억울하다고 하신다. 아픔에 대한 설움이 터져 나오는 듯하다.

나는 또 말한다. “억울하면 밥 드시고 버텨야죠. 그냥 이렇게 한 끼 두 끼 안 먹는다고 안죽는다구요!” 하며 달랜다.

통했을까?

콜라 시원하게 먹고 싶네.”라는 한마디가 나의 발길을 매점으로 뛰게 한다.

콜라 한 캔, 초코파이 하나를 건네자 단숨에 콜라를 들이켜고 초코파이를 베어 문다.

어쩜 그리도 맛있게 드시는지 신이 났다. 밥 대신이지만 드시고 싶다는 걸 제공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라는 말이 어울릴지는 모르지만 뭐라도 드셨으니 나는 성공한 거였다.

다음 날 점심시간 흰밥 위에 아무것도 없이 고추장을 올려 비벼 드시는 모습을 보며 나는 말한다.

와우 어르신 밥 진짜 맛나게 드시네요!”

너무도 반가운 모습이었고 마지막 모습이었다.

임종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렇게 이별을 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놀라웠고 또 후회를 한다.

진짜일까? 콜라 한 모금, 초코파이 한 입의 힘으로 가시는 건지?

난 그냥 식사 좀 해보자는 의미였는데…….

환자와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신경이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

4년 동안 한 번도 기억에 꼽을 만한 이벤트가 없었던 환자가 이제 콜라, 초코파이를 보면 떠오르게 하는 시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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